본문 바로가기

Blog/단상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대한 단상

항상 그렇게 그 자리에서 소년을 기다려준 아낌없이 주는 나무.
자신이 가진 모든것을 말 그대로 아낌없이 소년에게 내어준 나무.

우리가 보는건 그 나타난 모양에만 치우쳐있는 것 같다.
나무가 소년에게 준 것은 나무의 성실함이다.

소년이 놀이터가 필요할 때, 나무는 스스로 놀이터가 될 수 있었다.
나무 가지에 매달리고 그네를 타고 줄기를 오르고...
소년이 태양을 피하려 할 때 그늘을 주었고,
소년에게 열매를 주어 먹게 하였으며,
가지를 잘라 집을 짓게도 하였고 줄기도 잘라 주었으며,
소년이 쉴 곳이 필요할 때 쉴 수 있는 그루터기를 주었다.

우리는 나무가 소년에게 무언가 주기 시작한 그 전에
무엇을 하였었는지 바라보아야 한다.
대지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던 한 알의 작은 씨앗에서 부터
나무는 스스로를 키워왔다.
나무는 뿌리를 뻗쳐가다 땅 속에 누워있는 바위를 만나기도 하였고,
양분이 없는 메마른 흙을 만나기도 하였고,
혹독한 겨울의 추위를 견뎌왔고,
자신을 무너뜨리려는 병충해와도 굳굳히 싸워와야만 했다.
그렇게 나무는 하나씩 하나씩 가지를 뻗어나가
소년을 만나게 되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것이 나무가 가진
소년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었지만,
나무가 소년에게 그렇게 줄 수 있었던 것은
나무가 스스로를 성실히 키워왔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내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을 성실히 가꾸고 성장 시켜오지 않았다면,
정작 그 사람에게 내어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나무가 소년에게 주었던 것들.
놀이터, 그늘, 열매, 가지, 줄기, 그루터기.
줄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지 말고 줄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 놓자.

같이 나눌 수 있는 즐거움과 희망.
기대어 쉴 수 있는 마음.
궁핍하지 않을 정도의 재력.
지치고 힘들 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

가장 힘든 건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 하는데,
아무것도 해 줄 수 있는게 없을 때이다.

- 2004.6.5 (2018.3.22 수정함)

'Blog >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루의 삶 (죽음)  (0) 2017.09.07
사랑은 기적이다  (0) 2016.12.21
"나는 사랑을 믿지 않아"  (1) 2007.03.10
내 비밀은 이거야  (0) 2007.03.10
망각  (0) 2007.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