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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Faith

어제와 다른 아침

다니엘 기도회가 끝난 다음 화요일.

다른 날과는 다르게 새벽 예배 후 집에 돌아와 더운 물로 샤워를 했다. 사실 샤워를 할려고 더운 물을 받기 시작했지만 거의 제대로 된 목욕이 되어버렸다. 아무 생각 없이 분홍색 때 타올에 비누를 부벼댄 것이 시발점이 된듯싶다.

목욕탕에서 나와 느린 템포로 하나씩 주섬 주섬 옷을 걸쳐 입고는 문을 넘어섰다. 조금은 차가운 아침 공기. 여느 때 보다는 조금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다.

기도회가 끝났기 때문일까? 공기의 느낌 부터가 자묻 다르다. 얼굴에 와 닿는 느낌. 숨을 들이마실 때 마다 코 속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느낌. 심지어 하늘에 채워진 공기도 모두 새삼스럽다.

무엇인가 조금은 어색한 것 같기도 싶다라는 마음을 품고 버스에 올랐다. 다시 지하철로 갈아탔다. 지하철에 타고 있던 동안 이상스래, 흐믓하거나 무엇인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일관했다.

지하철에서 나오면서 보이는 모습들이 낮설다. 늘상 다니던 똑같은 길. 똑같은 풍경들이 눈 앞에서 지나가는데 모든 풍경들이 낮설다. 지상으로 올라가기 바로 전의 지하도에서는 더 더욱 낮설기만 했다. 그 덕에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유난히 느릿한 발걸음으로 움직였다.

이 낮설움이 무엇일까. 마치 모든 것이 난생 처음 대면하는 것 같이 낮설다.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은 분명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아침이다. 또 하루 만큼의 새로움이 내게 주어진거다. 또 하루 만큼의 호흡. 그 생명이 주어진거다.

내게 주어진 모든 하루는 모두 새로운 하루들이다. 어제는 실수하고, 어제는 넘어지고, 어제는 화를 내고, 어제는 교만하였더라도 오늘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바로 그런 기회가 내게 주어진거다.

내게 주어진 아침은 아주 조금이라도 더 온화할 수 있고, 아주 조금이라도 더 인내할 수 있고, 아주 조금이라도 더 용서할 수 있고, 아주 조금이라도 더 사랑할 수 있는 하루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내게 주어진 선물이다.

무엇이 행복이고 무엇이 불행이었던걸까? 행복이라는 것은 늘상 내 스스로 선택하고 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기회. 또 하루의 생명함. 또 하루의 행복을 위한 기회. 또 하루만큼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기회. 그 선물이 내게 도착했다. 아침이라는 이름으로.

어제와 다른 아침.
오늘은 어제와 다른 아침이다.

(2004.10.26 생각을 2004.10.29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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