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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일기

몇 일 전에 안경을 바꿨다. (홀덴 콜필드)

몇 일 전에 안경을 바꿨다.


전에 쓰던 안경 렌즈에 스크레치가 심하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 중 하나이지만,
스크레치만이 문제였다면 안경테는 그대로 두고
안경 렌즈만 바꿔도 되었을터다.


사실 별 쓸대 없는 짓거리기는 하지만,
예전부터 눈에 띄는 안경이 있었다.


안경 이름이 무려 홀덴 콜필드(Holden Caulfield)이다.
어디서 들어 본 것도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을 읽어보았을 것이다.
안경테의 오른쪽 상단 부분에 'The Catcher in the Rye'라는
글씨가 음각 되어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현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심정을
작가가 절절한 글자들로 그려낸 소설이다.
이야기에 선정적이고 방탕한 모습들이 나오지만,
주인공인 홀덴 콜필드의 심리에 대한 묘사들은
네모난 교실 속에 갖혀진 우리 아이들을 신랄하게 투영한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내용을 노래로 만든다면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나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The Wall)이 될 것 같다.

주인공인 홀덴 콜필드의 대사를 살짝 인용한다.
먼저 이야기하면, 홀덴 콜필드가 이야기하는 '호밀밭'은
어른들의 세상 속으로 아직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을
말하는 것이며, '절벽'은 아이들의 눈에 보여지는
위선으로 점철된 어른들의 세상을 의미한다.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거창하게 현재 한국의 교육문화 현실에 대한 항변으로
홀덴 콜필드라는 이름이 붙은 안경을 산 것은 아니다.


그저 단순히 안경테에 음각 된 'The Catcher in the Rye' 라는
글자가 마치 마법처럼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뿐이다.


아니 어쩌면, 홀덴 콜필드의 눈으로 아이들을 보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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